학원 하나로 엑시트하기
프롤로그 5

시작하기 전에

처음엔 그냥, 돈 좀 벌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학원 시작할 때 거창한 비전 같은 건 없었을 겁니다.

내가 잘 가르치니까, 학생 조금만 받아도 생활비는 벌겠지. 그러다 잘 되면 월 1천, 언젠가는 건물도 하나. 그 정도의 막연한 그림. 괜찮습니다. 저는 8년간 750개 학원을 만났는데, "저는 처음부터 교육 브랜드를 설계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원장님을 한 분도 못 봤습니다. 다들 막연하게 시작했고, 몇 분은 전국 브랜드가 됐고, 몇 분은 EXIT까지 갔습니다.

그 차이가 뭐였을까요. 재능? 자본? 운? 조금씩은 다 있었겠죠.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본 결정적 차이는 하나였습니다.

잘 되는 학원에는 '구조'가 있었습니다.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고, 다음이 뭔지 아는 원장님과, 그냥 하루하루 열심인 원장님. 열심의 총량은 비슷했습니다. 방향이 달랐을 뿐이죠.

이 책은 그 구조를 8단계 지도로 그린 책입니다. 혼자 버티는 공부방 시절부터, 전국 브랜드가 되어 EXIT하는 순간까지. 읽다 보면 원장님이 지금 어느 칸에 서 있는지, 다음 칸으로 가려면 뭐가 필요한지 보일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이 예전에 나온 성장 지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하나 미리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지도는 그대로인데, 오르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8단계 지도에는 잔인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매 단계의 처방이 결국 둘 중 하나였거든요. "직접 하세요" 아니면 "사람을 뽑으세요." 그런데 1~3단계 원장님은 직접 할 시간이 없고, 사람 뽑을 돈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들 알면서도 갇혀 있었습니다. 일을 나눠야 크는데, 클 때까지는 나눌 돈이 없는 구조.

지금은 세 번째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월 3만 원에 실장을 고용하는 것. 사람이 아니라 AI 실장입니다.

AI 얘기가 나오는 순간 책을 덮고 싶으신 분, 압니다. 원장님은 챗GPT 한두 번 써보고 "이걸로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던데"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정상입니다. 백지의 AI는 백지의 직원과 같아서, 뭘 시켜야 할지 모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계마다 일을 정확히 두 무더기로 갈라 드립니다.

  • 원장님만 할 수 있는 일 — 가르치기, 판단하기, 기준 세우기, 사람 마음 얻기
  • 실장에게 시킬 일 — 기록, 분석, 문서, 콘텐츠, 반복 업무

앞의 것에 시간을 쓰고 뒤의 것을 넘기는 것. 8단계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은 이 한 줄입니다. 그리고 미리 스포일러를 하자면 — 1단계에서 시킨 30초짜리 기록이, 8단계에서 학원의 매각 가치가 됩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끝까지 읽어보시면 압니다.


이 책을 읽는 법 — 세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의 사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쓰는 책이거든요.

첫째, 자기 단계부터 읽으세요. 바로 다음 페이지에 진단이 있습니다. 1단계 원장님이 7단계 챕터를 읽으면 재미는 있는데 오늘 할 일이 안 바뀝니다. 자기 단계와 그 다음 단계, 두 챕터만 제대로 읽고 실행하는 게 여덟 챕터를 완독하는 것보다 백 배 낫습니다. (다 읽고 싶으신 마음은 알지만, 원장님의 시간은 이 책이 제일 아끼려는 자원입니다.)

둘째, 각 챕터 끝의 미션을 '읽지' 말고 '하세요'. 미션들은 일부러 작게 설계했습니다. 대부분 3분에서 10분짜리입니다. 30초 음성 메모, 시험지 한 장 분석, 질문 하나 던지기. "이렇게 작은 걸로 뭐가 바뀌나" 싶으실 텐데 — 바뀝니다. 이 책의 모든 미션은 다음 단계의 재료가 되도록 이어져 있어서, 1단계의 3분이 2단계에서 일하고, 2단계의 기록이 3단계에서 일합니다. 작은 일을 시키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큰 일은 원장님이 안 하시니까요. (저도 안 합니다. 사람은 원래 그렇습니다.)

셋째, '나중에'라고 하지 마세요. 8년간 제가 들은 가장 흔한 말이 "좋네요, 시험 끝나고 해볼게요"였습니다. 그리고 시험은 끝나면 또 옵니다. 방학도 끝나면 또 오고요. 학원에 한가한 시즌은 구조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챕터를 읽은 오늘이, 원장님 학원에서 가장 한가한 날입니다.

자, 그럼 원장님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찾아봅시다.


시작 전에 — 원장님은 지금 몇 단계입니까?

순서대로 읽으셔도 좋지만, 바쁘신 거 압니다. 아래에서 "어, 이거 내 얘긴데"가 가장 많이 나오는 칸이 원장님의 현재 단계입니다. 그 챕터부터 펴세요.

1단계 — 과외/공부방

  • 상담을 카페에서 한다
  • 수업, 채점, 수납, 청소, 블로그를 전부 내가 한다
  • 학생 한 명이 그만두면 이번 달 생활이 흔들린다
  • 블로그가 세 개째에서 멈춰 있다

2단계 — 소형 학원 전환

  • 학생이 10명을 넘고 반이 3개 이상이다
  • "이렇게는 계속 못 하겠다"는 말을 이번 달에 한 적 있다
  • 실장을 뽑을까 말까 반년째 고민 중이다
  • 매출은 늘었는데 내 통장과 체력은 그대로다

3단계 — 교육 위임기

  • 강사가 있다, 그런데 내 반만 성적이 오른다
  • "원장님 반으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받아봤다
  •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가 입버릇이 됐다
  • 내 노하우가 문서로는 한 장도 없다

4단계 — 조직화

  • 학생 100명 안팎, 강사 5명 이상이다
  • 시간이 남는 날이 생겼는데 이상하게 불안하다
  • "우리 학원은 어떤 학원인가"에 한 문장으로 답을 못 한다
  • 홈페이지에 "맞춤형 교육"이라고 적혀 있다

5단계 — 기업화

  • 팀장이 있고 조직도 비슷한 게 생겼다
  • 회의에서 "다들 열심히 합시다" 말고는 할 말이 없다
  • 학원 통장과 내 통장이 사실상 하나다
  • 우리 학원의 상담 전환율, 재등록률을 물으면 즉답을 못 한다

6단계 — 지점 확장

  • "이런 거 다른 동네에도 내야죠"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 설레는 동시에, 내가 없는 곳에서 내 기준이 유지될지 무섭다
  • "2호점은 에이스 선생님한테 맡기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 있다
  • 운영 매뉴얼을 보여달라면 보여줄 문서가 없다

7단계 — 전국 브랜드

  • 지점은 많아졌는데 초창기의 감도가 그립다
  • 성과는 나오는데 "진심이 옅어진 느낌"이 든다
  • 내 눈이 직접 닿지 않는 지점이 절반이 넘는다
  • "같은 브랜드 맞아요?"류의 후기를 본 적 있다

8단계 — EXIT

  • "이 브랜드, 파실 생각 없으세요"라는 연락을 받아봤다
  • '내가 떠나도 이 학원이 굴러가나'를 진지하게 자문해본 적이 없다
  • 누가 회사 자료 일체를 요청하면 사흘 안에 못 내놓는다
  • '브랜드 없는 나'를 상상하면 설렘보다 막막함이 먼저 온다

5개 이상 해당되는 단계가 두 개라면, 낮은 쪽 단계의 숙제가 안 끝난 겁니다. 낮은 단계부터 읽으세요. 건너뛴 숙제는 반드시 위 단계에서 이자가 붙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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