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저 다음 달까지만 다닐게요."
가장 믿었던 학생, 혹은 아무 문제 없어 보이던 학생의 갑작스러운 퇴원 통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입니다. 이럴 때 원장님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이 "갑자기 그만둘 줄 몰랐어요"예요.
그런데 정말 몰랐을까요?

불만이 있어서가 아니라, 만족해서 나갑니다
퇴원 통보를 받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뭐가 불만이었을까"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불만이 아니에요.
학원 좋다고 했던 애가 나갑니다. 성적 오른 애도 나가고, 엄마가 감사하다고 문자 보냈던 집도 나가요. 이게 더 억울하죠. 실망시킨 적이 없는데 나가니까.
여기에 좀 잔인한 구석이 있습니다. 만족의 정점이 지나면 아이 입장에서는 "여기서 얻을 건 얻었다"가 돼요. 목표했던 등급이 나왔거나, 궁금했던 게 풀렸거나. 그 상태에서 다음 이야기가 안 나오면 마음이 슬슬 정리됩니다. 나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은 일이 끝나서요.
가장 좋았던 순간 직후가 제일 위험합니다. 원장님이 제일 안심하고 있을 때이기도 하고요.
"요즘 이상한 애 있어요?" 물으면, 나갈 애는 안 떠오릅니다
강사님들께 이렇게 물어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저도 이 질문을 하는 원장님을 여러 번 봤습니다.
문제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항상 비슷하다는 겁니다. 목소리 큰 애, 지난주에 사고 친 애, 엄마가 전화 왔던 애.
정작 나가는 애는 조용합니다. 조용해서 안 떠오르고, 안 떠올라서 안 물어보고, 안 물어봐서 나갑니다.
기억은 나쁜 도구예요. 원장님 기억력이 나빠서가 아니라, 기억이 원래 인상적인 것만 남기게 생겨먹었기 때문입니다.

신호는 이미 와 있었습니다, 여섯 군데에 흩어져서
성적은 시험 파일에, 출석은 출석부에, 미납은 장부에, 학부모 반응은 문자함에.
각각을 따로 보면 전부 넘어갈 만한 일입니다. 시험 한 번 못 본 거, 두 번 결석한 거, 열흘 밀린 거. 하나씩 보면 다 "그럴 수 있죠"예요.
겹쳐 봐야 보이는데, 겹쳐 볼 자리가 없습니다.
| 신호 | 주의 | 위험 |
|---|---|---|
| 성적 | 직전 대비 -5 ~ -15점 | -15점 이상 급락 |
| 출석 | 80% 미만 | 70% 미만 / 2주 연속 미출석 |
| 미납 | 7 ~ 14일 지연 | 30일 이상 지연 |
| 소통 | 리포트 7일 이상 미열람 | 연락 반복 무응답 |
| 태도·과제 | 과제 완료율 50% 미만 | 3주 연속 하락 |
| 성장 정체 | 최상위 레벨 2개월 체류 | 최상위 레벨 90일 이상 |
숫자는 참고용입니다. 학원마다 수업 주기도 결제 방식도 다르니까요. 다만 이 선을 왜 여기 그었는지는 알고 조정하시는 게 좋습니다.
80%, 15점, 30일, 이 선을 왜 거기 그었냐면
출석 80%
80%라는 숫자 자체는 별 의미 없어요.
제가 보는 건 그게 대충 '한 달에 두 번'쯤 된다는 겁니다. 한 번 빠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감기 걸리고, 학교 행사 있고. 그런데 두 번째부터 좀 이상해집니다. 두 번째 결석이 첫 번째보다 훨씬 쉽거든요. 한 번 빠져보면 안 가도 별일 없다는 걸 알아버리니까요.
그래서 두 번째를 봅니다.
2주 연속 안 나온 경우는 따로 세야 합니다. 비율은 아직 멀쩡할 수 있는데, 오는 습관이 끊긴 거라서요. 습관은 다시 붙이기가 어렵습니다.
성적 15점
시험은 원래 흔들립니다. 난이도 편차, 컨디션, 범위. 5점이나 10점 떨어진 건 그냥 시험이 그랬던 거예요.
15점쯤부터 시험 탓으로 설명이 안 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시험 기록이 하나뿐이면 이 판정은 못 씁니다. 비교할 게 없으니까요.
미납 30일
7일은 깜빡한 겁니다. 14일은 미루는 거고요.
30일은 한 달치를 통째로 넘긴 겁니다. 대개 그쯤에서 "다음 달에도 보낼까"라는 생각이 이미 지나갔어요.
다만 미납은 다른 축들과 성격이 좀 다릅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리포트 7일
바빠서 못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 마음이 있는 학부모는 바빠도 결국 열어봐요. 밤 열두 시에라도 봅니다.
일주일을 안 열었다는 건 목록에서 우선순위가 내려갔다는 뜻입니다.
과제 3주
점 하나로는 방향을 알 수 없고, 점 두 개는 우연일 수 있어요. 세 개는 있어야 방향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축이 중요한 이유는 순서 때문입니다. 태도가 먼저 흔들리고 성적이 따라옵니다. 성적표 보고 움직이면 이미 한 달이 지나간 뒤예요.
최상위 레벨 90일
한 시즌 내내 다음 단계 얘기를 못 들은 겁니다.
이게 제일 억울한 이탈이에요. 잘하는 애고, 문제 일으킨 적 없고, 원장님이 제일 예뻐하던 애가 "이제 여기서 배울 건 다 배운 것 같아요"라고 하는 순간.
그리고 이 신호는 레벨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셀 수가 없어요. "최상위"가 어딘지부터 없으니까요.
레벨 두 개로 시작하는 법은 선생님이 보고서를 대충 쓰는 건, 원장님 탓입니다에 있습니다.

하나는 우연이고, 둘이 겹치면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씩 보면 다 설명이 됩니다. 결석 두 번은 학교 행사, 과제 안 낸 건 시험 기간, 리포트 안 본 건 바빠서.
그런데 결석이 늘어나는 동시에 과제도 밀리고 있다면, 두 개를 동시에 설명하는 사정은 잘 없습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이 신호가 나온다는 건 원인이 그 두 자리 바깥에 있다는 뜻이에요.
미납이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미납만 있으면 돈 문제일 확률이 높아요. 형편이 잠깐 어려웠던 겁니다. 그런데 미납에 결석이나 무응답이 얹히면 그때부터는 마음 문제입니다. 같은 미납인데 뜻이 완전히 달라져요.
하나는 우연입니다. 둘은 아닙니다.

애 문제인 줄 알았는데, 원장님 눈에만 보이는 게 문제였습니다
"몰랐어요"는 원장님이 둔해서가 아니라 아는 게 원장님한테만 보여서입니다.
원장님은 이미 아세요. 누가 요즘 흔들리는지 물어보면 3초 만에 답이 나옵니다.
근데 그 답은 원장님한테만 보여요. 선생님한테도 안 보이고, 원장님이 바쁜 주에는 원장님한테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갑자기"가 되는 거예요. 원장님이 없으면 멈추는 학원입니다.
원장님 머리가 유일한 감지기라서, 원장님이 지치면 감지기가 꺼집니다.
숫자를 세는 건 원장님이 알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남한테 보이게 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야 원장님 없는 날에도 누가 봅니다.
여섯 신호는 두 줄에 걸쳐 있어요. 성적과 정체는 커리큘럼 쪽이고, 출석·미납·소통·태도는 시스템 쪽이에요.
이탈은 커리큘럼과 시스템, 두 줄이 겹치는 자리에서 보입니다.
하나는 우연이고 둘은 아니라는 말이 그 뜻이에요.
그리고 센 다음엔 정해야 합니다. 표에 빨간 줄이 두 개 뜬 아이가 있으면 누가, 언제, 뭐라고 연락할지요.
누가 언제 연락할지가 안 정해져 있으면 표는 보기만 하다 끝납니다. 보는 사람이 원장님 한 명이니까요.
도구 없이, 엑셀 한 장이면 오늘 시작됩니다
여기부터는 실행입니다. 도구 없이 시트 하나면 됩니다.
세로에 재원생 이름을 다 적으세요. 가로는 여덟 칸입니다.
이름 | 성적 | 출석 | 미납 | 소통 | 태도 | 정체 | 개수
각 칸에는 숫자를 넣지 마세요. 안전 주의 위험 보류 중 하나만 적습니다. 점수나 출석률을 그대로 적어두면 볼 때마다 다시 해석해야 하고, 해석하는 순간 또 감이 끼어듭니다. 판정을 미리 박아두면 나중엔 표만 봐도 읽힙니다.
보류가 왜 필요하냐면요. 시험을 한 번밖에 안 본 애, 들어온 지 2주 된 애는 판정할 근거가 없습니다. 이런 애를 안전에 넣으면 제일 안 보이는 학생이 제일 안전한 칸에 숨어버려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적어두세요.
조건부 서식으로 색을 입히시고요. 위험 빨강, 주의 노랑, 보류 회색. 서른 명 넘어가면 읽어서는 감당이 안 됩니다. 봐야 합니다.
마지막 칸에는 위험과 주의를 합쳐 세는 수식을 넣으세요.
=COUNTIF(B2:G2,"위험")+COUNTIF(B2:G2,"주의")
이 열로 내림차순 정렬하면 2 이상인 애들이 위로 올라옵니다. 그게 이번 주 명단이에요.
한 가지만 덧붙이면, 안전한 학생도 표에서 지우지 마세요. 위험한 애만 남기면 그 판정을 믿을 근거가 없습니다. "쟤는 왜 괜찮은가"를 같은 기준으로 말할 수 있어야 "얘는 왜 위험한가"도 말이 됩니다.

한 주 해보시면 뭐가 힘든지 바로 아실 겁니다.
표 만드는 건 삼십 분이면 끝나요. 문제는 채우는 겁니다. 재원생 예순 명이면 한 주에 판정을 삼백육십 번 해야 하고, 그 원료를 여섯 군데에서 매번 꺼내와야 합니다. 시험 파일 열고, 출석부 넘기고, 장부 보고, 문자함 뒤지고.
첫 주는 하십니다. 셋째 주쯤 밀리고, 시험 기간 오면 멈춥니다.
근데 정직하게, 두 달을 넘기신 분은 몇 분 못 봤습니다
이걸로 다 되는 건 아닙니다.
여섯 개가 전부 빨간불인데 그냥 다니는 애가 있고, 전부 초록불인데 이사 간다고 나가는 애가 있어요. 확률 이야기지 예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방금 알려드린 엑셀, 진짜로 됩니다. 도구가 있어야 되는 일이 아니에요.
다만 이건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매주 하는 일이라서, 대부분 두 달을 못 넘깁니다. 저는 끝까지 하신 원장님을 몇 분 못 봤어요.
그래도 한 달만 해보세요. 한 달 치가 쌓이면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는 원장님이 직접 아시게 됩니다.

읽는 동안 떠오른 그 한 명부터
읽으시는 동안 한 명 떠오르셨을 겁니다.
그 애 하나만 해보세요. 최근 3주 출석하고 과제 완료율, 두 개만 겹쳐 보시면 됩니다. 5분이면 끝나요.
하나라도 걸리면 전화를 거세요. "요즘 어떠니"보다 "출석이 좀 내려갔더라고요, 무슨 일 있나 해서요"가 낫습니다. 앞의 말은 애매하고 뒤의 말은 구체적이라, 학부모가 대답할 자리가 생겨요.
"걔가 그만둘 줄 몰랐어요."
이 말을 다음번엔 안 하셨으면 합니다.

한 달 뒤, "갑자기 그만둘 줄 몰랐어요"가 사라집니다
월요일 아침이에요. 표를 열고 개수 열로 정렬합니다.
위에 세 명이 올라와 있어요.
그중 한 명은 원장님이 제일 예뻐하던 애입니다. 최상위 반 80일째.
출석은 멀쩡한데 과제가 3주째 내려가고 있어요. 이탈신호 표가 없었으면 절대 안 떠올랐을 애죠.
화요일에 전화를 거십니다. "요즘 어떠니"가 아니라 "과제가 좀 내려갔더라고요, 무슨 일 있나 해서요." 어머님이 잠깐 말이 없으시다가 그러세요.
"안 그래도 요즘 애가 여기서 더 배울 게 있나 그러더라고요."
그 통화에서 다음 단계 얘기를 꺼내시면 됩니다. 한 달 뒤였으면 퇴원 통보였을 전화예요.
석 달쯤 쌓이면 퇴원 사유도 패턴이 됩니다. "다 3개월차네." "다 같은 반이네." 그때부터는 한 명씩 붙잡는 게 아니라 구조를 고치실 수 있어요.
그리고 표가 있으면 원장님은 월요일에 한 명한테만 전화하시면 돼요. 나머지 시간은 그 애가 아니라, 그 애 반 아이들 앞에 서 있는 데 쓰시고요.
표를 만들고 나면 제일 먼저 "그래서 누가 전화하지"에서 막혀요.
원장님이 다 하시면 이탈신호 표도 결국 원장님 머릿속으로 돌아갑니다.
- 그 일을 누구한테 어떤 순서로 넘기는지는 싸고, 잘하고, 성실한 실장은 없습니다에 있어요.
- "최상위 레벨 90일"이 우리 학원엔 해당이 없는 것 같다면 레벨이 없어서고, 레벨을 만드는 건 선생님이 보고서를 대충 쓰는 건, 원장님 탓입니다부터요.
전자책 5단계에서는 이탈신호 표가 숫자 하나로 나옵니다
전자책 5단계에 이탈신호 표를 돌린 뒤의 장면이 있어요. "우리 학원에서 제일 아까운 지점이 어딘지 찾아줘"라고 시켰더니 신규 상담 전환율은 68%인데 등록 후 3개월 차 퇴원율이 22%라는 답이 나온 얘기.
첫 달엔 원장님이 두 번 연락했는데 두 달째부터 아무도 연락을 안 했던 거였고, 석 달 뒤 9%가 됐어요. 오늘 표의 "둘이 겹치면"이 전자책에서는 3개월 차 퇴원율이라는 숫자 하나로 잡힌 거예요.
오늘 엑셀 한 장이 5단계에서는 "3개월 차 잔존율"이라는 지표가 되고, 6단계에서는 지점마다 같은 양식으로 나오는 주간 리포트가 됩니다.
표가 작동한다는 신호는, 원장님이 아니라 선생님이 "이 애 두 줄 빨간데요"라고 먼저 말하는 거예요.
근데 표에 빨간 줄이 두 개 뜬 아이한테 누가, 언제, 뭐라고 전화하느냐는 이 글에 없어요. 그 전화 얘기가 이탈 시리즈 2편입니다.
이탈 시리즈 — 1편 (이 글) · 2편 싸고, 잘하고, 성실한 실장은 없습니다 · 3편 자동화를 했는데, 왜 원장님이 더 바빠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