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큘럼 시리즈 · 3

커리큘럼을 꺼냈는데도 학원이 안 바뀌는 이유

EduRichBrain2026년 8월 15일11

지난 글에서 제가 이런 얘기를 했었죠.

컨설팅에서 문서화의 최후는 폴더라고요. 며칠을 붙잡고 원장님 머릿속을 캐물어서 겨우 한 장으로 그려낸 그 지도가, 결국 폴더 안에서 곱게 잠든다고요.

그 얘기를 하면서 저는 살짝 도망쳤습니다. "앱에서는 안 잠들어요"라고 말하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갔거든요.

오늘은 도망 안 가고 그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왜 잠드는가. 그리고 잠들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는가.

미리 말씀드리면 오늘 글은 좀 답답할 수 있습니다. 1편처럼 "아 맞아 내 얘기네" 하는 위로가 별로 없어요. 대신 세어야 할 숫자 아홉 개가 나옵니다. 저장해두시고 두고두고 보셔야 하는 종류의 글이에요.

잘되는 학원 원장님들은 두 가지 질문에 답이 있었습니다

8년간 750개 넘는 학원을 만났습니다. 그중엔 지점을 여러 개 내고 원생 1,000명을 넘긴 곳도 있었어요.

그 원장님들이 특별히 잘 가르쳤냐. 아니요. 1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수업만 보면 구분이 안 됩니다. 오히려 안되는 학원 원장님이 더 열심히 하세요. 몸으로 때우시니까.

차이는 두 가지 질문에 답을 갖고 있느냐였습니다.

질문 두 가지 —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1. 무엇을 할 것인가 =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2. 어떻게 할 것인가 = 그 3가지를 어떻게 굴릴 것인가

싱겁죠. 저도 처음 정리하고 나서 "이게 다야?" 했습니다. 근데 750개를 놓고 보니까 진짜 이 두 개였어요. 나머지는 다 여기서 파생되는 것들이었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 글은 전부 1번만 다뤘습니다. 커리큘럼이 뿌리다, 이렇게 꺼내라. 두 편 내내 1번 얘기만 한 거예요.

오늘은 2번입니다.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 C, S, M

먼저 1번을 30초만 정리하고 넘어갈게요.

성공하는 학원은 이것저것 다 잘하려고 안 합니다. 딱 세 개에만 힘을 씁니다.

학원 성공 휠 — 바깥 원에 Curriculum, System, Marketing / 안쪽으로 관찰, 약속, 실행

Curriculum. 꼴등을 1등으로 만드는 우리 학원만의 수업 규칙입니다. "제가 잘 가르쳐요"가 아니라 단계가 눈에 보이는 실체요.

System. 처음 온 강사도 베테랑처럼 일하게 만드는 규칙입니다. 원장님이 자리를 비워도 학원이 안 흔들리게 하는 것.

Marketing. 그렇게 아이가 변해가는 과정을 학부모한테 알리는 기획입니다.

이 세 개가 위 그림 바깥 원이에요. 순서도 저 순서고요. 커리큘럼이 있어야 시스템이 얹히고, 시스템이 있어야 마케팅에 쓸 재료가 나옵니다. 1편에서 "1번을 건너뛰고 3번부터 달려든다"고 했던 게 이거예요.

여기까지가 무엇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개는, 갖고만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납니다.

여기서 수준이 갈립니다 — 관찰, 약속, 실행

그림 안쪽을 봐주세요. 원이 세 겹이죠.

바깥부터 관찰 → 약속 → 실행입니다.

C도 S도 M도, 전부 이 세 겹을 통과해야 굴러갑니다. 하나씩 볼게요.

1단계 · 관찰 — 느낌표를 지우고 숫자를 봅니다

"요즘 애들이 좀 줄어드네." "선생님들 수업이 제각각인 것 같네."

여기까지는 다들 하십니다. 느낌으로 아시는 거죠. 그런데 관찰은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난달에 몇 명이 나갔고, 어느 반이 몇 점 떨어졌고, 문의가 몇 건 들어와서 몇 건이 등록됐는지.

2단계 · 약속 — 규칙을 만들고 공표합니다

숫자를 봤더니 학습보고서가 안 나가서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정합니다.

"앞으로 학습보고서는 주 1회, 이 양식으로 나갑니다."

이걸 조직 안에, 그리고 학부모님께 말하는 단계예요.

3단계 · 실행 — 진짜 지키고, 증명합니다

강사들과 양식을 공유하고, 언제 했는지 보고받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조금씩 변해가는 걸 어머님께 증명하고, 블로그나 인스타에 올립니다.

여기까지가 실행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실행은커녕 관찰에서 무너집니다

이게 오늘 글의 핵심이에요.

보통 이렇게 설명합니다. "수업하느라 정신없어서 데이터를 모을 생각조차 못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저는 이게 진짜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기록할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기록할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원장님은 이미 다 아시거든요. 누가 요즘 흔들리는지, 어느 반이 처지는지, 어떤 학부모가 슬슬 마음이 뜨는지. 물어보면 3초 만에 답이 나옵니다. 머릿속에서 답이 나오는데 굳이 왜 셉니까. 세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그런데 그 답은 원장님한테만 보입니다.

선생님한테는 안 보여요. 학부모한테는 더 안 보이고요. 그래서 원장님이 아무리 정확하게 알고 계셔도, 그건 학원의 자산이 아니라 원장님 개인의 감각입니다. 원장님이 자리를 비우면 같이 사라져요.

관찰은 원장님이 알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남한테 보이게 하려고 하는 거예요.

1편에서 교육은 안 보이는 걸 파는 사업이라고 했죠. 그래서 커리큘럼으로 꺼내야 한다고요. 관찰도 똑같습니다. 원장님 머릿속에만 있는 판단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에요. 대상이 학부모에서 우리 학원 자신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게 안 되면 뒤가 전부 막힙니다.

기록이 없으니 → 뭘 고쳐야 할지 패턴이 안 보이고 → 패턴이 없으니 약속으로 만들 게 없고 → 약속이 없으니 조직원들은 뭘 해야 할지 모릅니다.

커리큘럼을 며칠 걸려 꺼내놓고도 학원이 안 바뀌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지도는 그렸는데 그 지도 위에서 지금 뭐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아무도 안 세거든요. 안 세니까 약속할 게 없고, 약속이 없으니 문서가 폴더로 갑니다.

폴더는 원인이 아니라 증상이었어요.

그래서 뭘 세야 하나요 — 아홉 개

여기가 오늘 글에서 저장하실 부분입니다.

"숫자로 보세요"는 저도 많이 들었고 많이 했던 말인데, 정작 뭘 세라는 건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750개를 놓고 추려봤습니다. 세 축에 각각 세 개씩, 아홉 개면 충분합니다.

Curriculum — 아이가 어디까지 왔는지

세는 것 안 세면
반별 성적 흐름 (최근 3개월) 어느 반이 무너지는지 학기 끝나고 앎
이번 달 레벨이 올라간 학생 수 승급이 그날의 감으로 결정됨
진도가 2주 이상 멈춰 있는 학생 조용히 뒤처지는 아이를 놓침

System — 선생님도 같은 걸 보고 있는지

세는 것 안 세면
출석률 80% 아래인 학생 수 그만두겠다는 전화가 와야 앎
과제 미제출 2주 연속인 학생 수 위 항목과 겹치는 아이가 진짜 위험군인데 그걸 모름
지난달 퇴원생과 그 사유 매년 같은 이유로 같은 수가 나감

Marketing — 밖에서 우리가 보이는지

세는 것 안 세면
이번 달 문의 건수 잘된 달과 안된 달의 차이를 설명 못 함
문의 중 등록까지 간 비율 문제가 유입인지 상담인지 영영 모름
이번 달 발행한 글 수 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두 달째 0개

이거 보시면서 "이 정도는 알지" 싶으신 항목이 분명 있으실 거예요. 그럼 지금 답해보세요. 지난달에 그만둔 학생이 몇 명이었고 왜 그만뒀나요.

3초 안에 안 나오면 그건 아는 게 아니라 아는 것 같은 겁니다. (저도 제 회사 숫자로 이거 당해봤습니다. 아주 민망합니다.)

아홉 개를 다 세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세 축에서 하나씩, 세 개만 골라서 이번 달부터 세보세요. 그것만 해도 다음 달에 할 얘기가 생깁니다.

약속 — 입 밖으로 안 나가면 약속이 아닙니다

숫자를 봤으면 정해야죠.

그런데 여기서 대부분 이렇게 하십니다. 마음속으로 정합니다. "아 이제부터 보고서 좀 챙겨야겠다."

그건 약속이 아니라 결심이에요. 그리고 결심은 3주를 못 갑니다. (저는 2주였습니다.)

약속은 밖으로 나가야 약속입니다. 그리고 나가는 데도 단계가 있어요.

선생님한테 말했으면 절반입니다. "앞으로 학습보고서는 주 1회 나갑니다." 이러면 최소한 선생님들이 알고는 있죠. 근데 원장님이 안 챙기면 흐지부지됩니다.

학부모한테까지 말했으면 그때부턴 안 깨집니다. "어머님,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 보고서 보내드릴게요." 이 한마디를 하는 순간, 그 약속을 굴리는 게 원장님 의지가 아니라 약속 자체가 됩니다. 금요일에 안 보내면 어머님이 물어보시거든요.

무섭죠. 무서워야 맞습니다. 그게 약속이 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이게 되면 원장님 어깨가 오히려 가벼워집니다. 매주 "보고서 챙겨야 하는데" 하고 신경 쓰던 걸, 약속이 대신 지고 가니까요.

약속을 쓸 땐 세 가지가 들어가야 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자주, 누가. "학습보고서를, 주 1회 금요일에, 담임 선생님이." 이 셋 중 하나라도 비면 안 굴러갑니다. 특히 '누가'가 비면 결국 원장님이 하시게 돼요.

실행 — 판별법은 하나뿐입니다

실행했는지 안 했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뭔가 하긴 한 것 같은데 애매하죠.

판별법은 딱 하나예요.

증거가 학원 밖으로 나갔는가.

강사한테 양식을 나눠줬다. → 안 나간 겁니다. 준비예요.

양식대로 작성해서 폴더에 모아놨다. → 이것도 안 나간 겁니다. (2편에서 말한 그 폴더가 여기 또 나옵니다.)

학부모 손에 보고서가 갔다. → 나갔습니다.

그 아이가 어떻게 올라갔는지 블로그에 올렸다. → 확실히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안 나가면 아무도 못 보거든요.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게 안 보이는 걸 보이게 만드는 일이잖아요. 학원 안에서만 도는 건 여전히 안 보이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 것만 쌓입니다. 학부모한테 나간 보고서는 재등록으로 쌓이고, 블로그에 올린 글은 검색으로 쌓여요. 폴더에 있는 건 아무데도 안 쌓입니다. 3년 뒤에 열어보면 그냥 옛날 파일이에요.

그래서 아홉 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세 축 × 세 단계.

관찰 약속 실행
Curriculum 반별 성적, 승급 인원을 센다 레벨 기준을 문서로 정한다 학습보고서로 학부모에게 나간다
System 출석·과제·퇴원 사유를 센다 언제 누가 연락할지 정한다 결석 문자가 실제로 나간다
Marketing 문의·전환·발행 수를 센다 올리는 주기를 정한다 글이 실제로 발행된다

이 표를 캡처해두세요. 오늘 글에서 하나만 남기신다면 이겁니다.

그리고 이 아홉 칸에는 성질이 하나 있어요. 왼쪽이 비면 오른쪽이 안 채워집니다. 안 세는데 규칙을 정할 수 없고, 규칙이 없는데 실행이 나갈 수 없어요. 위아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리큘럼 줄이 비어 있는데 마케팅 줄만 채우면, 알린 만큼 들어왔다가 그만큼 나갑니다. 밑 빠진 독이죠.

한번 세어보세요. 원장님 학원은 지금 몇 칸이 채워져 있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세보시면 대부분 두세 칸 나옵니다. 그게 정상이에요. 저는 아홉 칸이 다 채워진 학원을 750개 중에 손에 꼽게 봤습니다. 그리고 그 몇 곳이 지금 지점을 내고 있고요.

오늘 하나만 해보신다면

여기까지 읽고 "그래서 뭐부터"가 되셨을 것 같아요.

관찰 줄에서 하나만 고르세요. 그중에서도 저는 이걸 추천드립니다.

지난달에 그만둔 학생 명단과 사유를 적어보는 것.

몇 명 안 됩니다. 5분이면 끝나요. 그리고 이걸 세 달만 적으면, 원장님이 지금까지 감으로만 알던 게 패턴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 다 3개월차에 나가네." "어? 다 같은 선생님 반이네."

그 순간이 관찰이 끝나고 약속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원래 이 아홉 칸을, 저는 원장님 200분 넘게 옆에 앉아서 하나하나 채워드렸습니다. 한 번에 350만 원씩 받았고요. 그 값이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며칠씩 걸렸거든요.

다만 그때 제가 계속 걸렸던 게 있어요. 제가 나오면 그 표가 다시 멈춘다는 거였습니다. 세는 걸 제가 대신 해드리고 나왔으니까요. 결국 폴더 얘기랑 같은 문제였죠.

그래서 세는 걸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명단만 올라가 있으면 출석이 떨어지는 아이도, 진도가 멈춘 아이도, 발행 안 된 글도 알아서 세집니다. 원장님이 하실 일은 그걸 보고 약속을 정하는 것뿐이에요.

우리 학원이 아홉 칸 중 몇 칸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느 칸부터 채워야 하는지 3분이면 확인하실 수 있게 만들어뒀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학원들의 실제 데이터를 넣어서 학습시킨 거라, 비슷한 규모 학원들이 보통 어디까지 채워두는지도 같이 나와요.

그리고 비어 있는 칸을 4주 동안 매주 하나씩 같이 채우는 무료 챌린지도 열어뒀습니다. 혼자 하면 또 폴더로 갈 것 같으시면 이쪽으로 오세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이 글을 읽고 "우리 학원은 두 칸밖에 안 되네" 싶으셨다면, 그건 나쁜 소식이 아닙니다. 두 칸인 걸 알게 된 게 오늘의 소득이에요. 어제까지는 몇 칸인지도 몰랐잖아요.

관찰은 원래 거기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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