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끝에 제가 하는 것 한 줄이 붙어 있습니다. 그 앞은 전부 혼자 하셔도 되게 적어뒀어요. 도구도 필요 없습니다. A4 한 장이면 됩니다.
먼저 사과드립니다. 제목이 좀 세죠. 근데 이거 제 얘기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한참을 그러고 살았거든요.
지난달에 원장님들 모아놓고 4주짜리 챌린지를 했습니다. 매주 후기를 받았는데, 첫 주에 이런 게 왔어요.
매일 모든 수업의 모든 학생 피드백을 직접 한 명 한 명 쓰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요. 하루에 60명을 수업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수업 끝나고 60명분을 쓰고, 예약 전송 걸어두고, 그러고 나서야 주무셨대요.
심지어 이분은 이미 AI를 쓰고 계셨습니다. 근데도 소용이 없었어요. 입력하는 시간만 줄었을 뿐, 60명을 한 명씩 써야 하는 건 그대로였으니까요.
저는 이 문장 보고 좀 화가 났습니다. 이 원장님 게으른 사람 아니에요. 남들보다 훨씬 많이 하고, AI까지 찾아서 쓰고, 그런데 잠을 못 자요. 열심히 해서 벌 받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그래서 물어봤죠. 선생님들한테 안 넘기시냐고.
넘겨봤대요. 근데 "오늘 잘함" 이렇게 써 온답니다.
아, 이 얘기 제가 한 백 번은 들었습니다.
원장님들 열에 아홉이 여기서 막혀요. 보고서를 넘기긴 넘겼는데 결과물이 도저히 학부모한테 못 보낼 물건인 거죠. 그래서 결국 원장이 다시 가져옵니다. 고치느니 내가 쓰는 게 빠르니까. 그렇게 다시 60명을 씁니다.
그럼 여기서 원장님들이 뭘 하시냐면, 양식을 고쳐요.
칸을 더 잘게 나누고, 예시 문장을 넣어두고, 글자수 최소를 정해두고. 저도 그랬습니다. 보고서 양식만 몇 달을 만졌어요. 그러다 선생님이 그 예시 문장을 그대로 베껴서 스무 명한테 똑같이 보낸 걸 보고, 아 이게 아니구나 했죠.
챌린지 마지막 주에 한 원장님이 이렇게 쓰셨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수업이 똑같이 굴러가는 게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선생님들이랑 대화를 너무 많이 해야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시스템이 없던 거였다.
같은 주에 여섯 분 중 세 분이 같은 걸 고르셨어요. 커리큘럼이 학부모 보여주는 용도가 아니라 강사 매뉴얼이라는 것.
이거 듣고 좀 멍해졌습니다. 왜냐면 저는 이걸 8년이나 걸려서 알았거든요.
선생님이 "오늘 잘함"이라고 쓰는 건 성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뭘 써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뭘 써야 하는지 모르는 이유는, 우리가 준 게 빈칸이었기 때문입니다.
양식은 줬어요. 기준은 안 줬고요.
생각해보세요. 이 아이가 지금 어느 수준이고, 이 수준에서는 뭘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이번 주에 뭘 확인해야 하는지. 이게 정해져 있어야 쓸 말이 생깁니다. 그게 없으면 선생님 입장에서 쓸 수 있는 말은 딱 두 가지예요. 오늘 잘함. 오늘 좀 산만함.
둘 다 맞는 말이잖아요. 틀린 말 쓴 것도 아닌데 우린 그걸 보고 답답해합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원장님들이 한숨을 쉬십니다. 그럼 커리큘럼부터 만들라는 거냐고. 그거 만들 시간이 있으면 보고서를 쓰고 말지.
압니다. 저도 그 한숨 많이 들었어요.
근데 원장님들이 커리큘럼 얘기만 나오면 도망가시는 이유가 있습니다. 머릿속에 너무 큰 걸 그리고 계셔서 그래요. 레벨 여섯 개, 일곱 개짜리 표 같은 거요. 그거 만들려면 진짜 한 달 걸립니다. 그러니까 시작을 못 하죠.
두 개면 됩니다.
큰 그림으로는 세 개 정도 그려두시되, 실제로 굴리는 건 두 개로 시작하셔도 돼요. 지금 반들 쭉 놓고 "얘넨 이쪽, 얘넨 저쪽" 하고 두 덩어리로만 나누세요. 그리고 각각에 대해 이 단계를 마치면 뭘 할 수 있어야 하는지 딱 한 줄만 적으시면 됩니다.

그 한 줄이 보고서 기준이에요. 그게 있으면 선생님은 "오늘 잘함" 대신 "3번 유형에서 계속 막힘, 다음 주에 같은 유형 다시" 라고 씁니다. 안 시켜도 그렇게 써요. 쓸 말이 생겼으니까.
이 얘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냐면요.
학습보고서 안 보내면 재등록이 떨어집니다. 이건 거의 확실해요. 근데 원장님이 60명분을 직접 쓰고 계시면, 반을 어떻게 짜야 돈이 되는지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들 만나서 얘기 들을 시간도 없고요. 그렇게 1년이 갑니다.
저도 한때 직원이 열두 명까지 늘었어요. 일이 많아서 사람을 뽑았고, 사람을 뽑으니까 관리할 일이 또 늘었죠. 나중에 세 명으로 줄이면서 알았습니다. 제가 붙잡고 있던 일 대부분은 제가 안 해도 되는 일이었고, 저만 할 수 있는 일은 손도 못 대고 있었다는 걸요.
원장님이 직접 하실 일은 사실 몇 개 없습니다. 반이랑 레벨 정하는 거. 아이들 만나서 듣는 거. 그리고 머릿속에 있는 관리 방식을 밖으로 꺼내놓는 거. 이 세 개 말고는 다 넘길 수 있어요.
다만 넘기려면 기준을 줘야 합니다. 빈칸 말고요.
이번 시험 끝나고 딱 하나만 하신다면 레벨 두 개로 나누는 것부터 해보세요. A4 한 장이면 됩니다. 진짜로요.
그거 하고 나면 선생님이 쓴 보고서를 보고 원장님이 다시 쓰고 싶어지는 일이, 좀 줄어듭니다.